KOF 98과 02.. 그리고 일레븐에 관한 이야기

예전에 잠시 게임 기획자 분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FPS매니아였고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하루 5시간 자는 시간을 그 게임 때문에 3시간으로 줄여가면서 하루 2시간씩 즐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 FPS계의 '국민게임'이라고 불리는 서든어택 이야기도 했습니다.

앞서 자신이 빠져버린 FPS는 적의 어느 부분을 맞추느냐에 따라 공격의 강도가 정해지며 총의 무게감 역시 확실히 표현되는 한편 서든어택은 그냥 대강 쏘면 상대가 죽고 스나이퍼들이 총을 들고 그야말로 '뛰어'다니는 것 등을 예를 들면서 '못 만든 게임'이라는 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못 만든' 게임은 국내의 PC방을 점령해버렸지요.

왜냐?


그 '매니아'들을 만족시켜주는 요소 하나하나가 라이트 유저에겐 너무나 큰 벽이 되고
따라서 유저층은 적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국내 FPS가 90년대 후반의 퀘이크3와 레인보우6 이후로 잠잠하다가 카스와 국내의 몇가지 게임으로 부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역시 지금 같은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국내의 게임은 모르겠으나.. 카스는 서든어택보다 어려웠겠죠..

스나이퍼로 예를 들면 '잘 만든'(이하 매니아)게임은 총이 무거워서 장소 몇군대 지정해서 짱박혀 있어야 하는 반면 '못 만든'(이하 라이트)게임은 내가 스나이퍼를 들어도 이동속도가 그닥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들고 다니면서 시원하게 뻥뻥 적들을 눕힐 수 있게 되었죠.
(FPS를 하면 구토증세를 일으키는 타잎이라 위의 예들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표적 역시 상대적으로 정확한 표적을 잡지 않아도 킬을 획득 할 수 있었고요.

한마디로 초보자들도 게임을 익히기 쉽고 플레이하기 수월하며 상대방과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많은 라이트 유저들에게 사랑 받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 기획자 분 얘기로는 이제 서든에서 난다긴다 하는 고수들이 좀 더 세밀한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찾아 이동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FPS를 만드는 업체들은 어느 쪽에 타겟을 두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이런 FPS의 얘기를 토크포에 왜 쓰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제목과 매치하면서 '아... 그렇군..' 하면서 끄덕이는 분들도..
혹은 '왜 다 아는걸 이렇게나 길게 써-_-'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바로 98, 02 그리고 XI이 이 예와 비슷하게 맞아 떨어져서 하는 얘기입니다.

많은 98유저들이 나머지 두 시리즈를 비판할 때 '생각을 할 건덕지가 적다'라고 합니다.
그 '건덕지'는 많은 게시물에 나와있으니 다시 쓸 필요는 없다 생각하고요
어쩌면 그 '건덕지' 때문에 98유저가 상대적으로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발매시기라던지 보급률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요)

XI발매 초기에 기존 배틀인들은 XI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길티기어 기획자가 와서 만들었다. 그래서 초반엔 공중 대쉬가 있었다'
'알바들을 쓰니 게임이 이 모양이다' '느낌이 왜 이모양이냐'

사실 XI이라는 게임을 접하고 그 이전의 킹오파와는 너무 다른 이질감에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바로 접었습니다.(사실 XI가 KOF가 아니고 SVC나 네베콜 쪽의 이름을 달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오락실을 안 다니다가 어느날 보니 XI 게임기 주위에 못보던 유저들이 바글바글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XI으로 KOF를 접하는 '신규유저'... 그것도 청소년 들이었죠.

전 개인적으로 이 XI를 서든 어택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간단한 조작과 그 이전작보다 화려해진 구성, 그리고 이 전작보다 '건덕지'가 줄어들어 많은 신규 유저들을 유입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XI가 망했네..어쩌네.. 그래도 아직 한국에서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지요..)

한국 아케이드 시장이 참으로 암울하지만
사실 일본도 아케이드 시장이 그렇게 좋은편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KOF를 해오며 커온 코어유저들도 이미 저와 같은 2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라 오락실을 방문해 게임을 즐길 시간이 예전과 같지 않을거라 생각되고 SNK플레이모어에서도 '새로운 유저'들을 끌여들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 더 라이트한 게임을 만들었을 지도 모르죠. 아니 그 이전의 02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고요.
(사실 그분이 서든 어택을 얘기할 때 '뜰줄 알고 만들었겠나? 만들고 떠서 놀랐겠지'라고 했었습니다.. 뭐 XI도 같은 비유를 하면 하게 될지도-_-;;)

XI를 서든 어택에 비유한다면 이제 서든 어택의 고수가 조금 더 좋은 컨트롤을 요하는 FPS를 요구하듯 XI로 기초를 다진 유저가 좀 더 세밀한 공방을 요할 때 고전의 '매니아'를 위한 게임을 SNK에서 내놓는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KOF '98의 리메이크 버전이 그것이죠.

..뭐 이부분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요점은 이 것입니다


02는 98보다 좀 더 라이트 취향적인 게임이다.
때문에 유저층이 폭 넓게 분포되어 있다.

98UM은 02, XI유저들이 좀 더 코어한 게임을 원할 때 만족 시켜주는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02는 02만의 심리전과 공방이 XI은 XI만의 심리전과 공방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배페에 2000만원짜리 대회에서 98, 02얘기가 마구 나오길래 적어봤음 -_-;

원본 글은 여기

by 돌쇠 | 2008/01/31 07:59 | 주저리주저리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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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kullokei at 2008/01/31 12:36
개인적으로 KOF에 대한 이야기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음-_-;
다양한 심리전이 많지만 복잡하지 않은 시스템, 비교적 통일된 초필살기 커맨드, 그냥 툭탁퍽 해도 즐거운 캐릭터 인선. 지금이야 게임 나온지 10년이나 지나서 완전 구름위의 신선 노름 수준의 유저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적어도 02나 XI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 즐기는 사람들이 각종 모드네 뭐네에 질려서 떨어지진 않았음.

반면 02는 모드콤보를 시작해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듯한 MAX2커맨드, 어택캔슬 구르기네 퀵 MAX네 뭐네 복잡해진 시스템, XI는 02보다는 평준화 되었지만 저지먼트 인디케이터가 어쩌구 저쩌구...

파고드는 정도에 따라, 바친 시간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KOF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02나 XI보다 98이 훨신 서든 스럽다고 생각-_-; 다만 지금 KOF98UM이 잡다 시스템을 처발라서 02의 길로 갈려고 하는 것이...
Commented by 돌쇠 at 2008/02/04 04:51
음.. 제 주위의 02나 XI를 즐기는 소위 '뉴비'들은 98은 굉장히 버거워 하더라고요.

모드콤보는 정해져 있는거 한두개만 연습하면 땡이고.. 요즘은 에뮬이 있어서 손만 어느 정도 따라주면 한시간 정도 투자하면 금방 할 수 있고. 맥투는 진짜 이상한 커맨드는 쓰레기들 뿐;; 자주 쓰이는건 간단하죠. 공중 236236 손두개 표사라던가;

XI같은 경우는 깊숙히 파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02와 비슷하면서 태그만 추가 된 느낌..


문제는 그 대전을 하면서 느끼는 심리전의 공방이 참으로 적거든요.

하다못해 점프 공격을 하더라도 점프 공격을 어느 순간에 내미느냐에 따라 서로 털고 털리는 관계가 이루어 지는데 02는 98보다 점프공격을 대강 깔아도 공중부터 지상까지 커버되고 XI는 02보다 더 하고..

기본기의 가위 바위 보 싸움도 뒤로 갈 수록 '이기는 기본기만 이기는' 상황이 되어버리거든요.
참 머리 안쓰고 좋은 것만 내밀면 되는..(물론 98도 사기급 기본기들이 있지만 나중 시리즈 보단 포스가 덜 하고 파해법도 왠만큼 있는..)

초반에는 '제작자의 머릿속엔 뭐가 들었냐' 라고 생각했는데
서든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네요.
Commented by skullokei at 2008/02/05 06:06
음... 저런 단계로 가는 순간 이미 라이트한 의미의 서든과는 비교하기가 좀...

저건 둘다 매니악하게 즐겼을 때 나오는 차이라고 보고,
둘다 라이트하게 즐겼다고 했을 때는 98쪽이 훨씬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함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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